풍수지리

양동마을 이야기 - 향단

약천(藥泉) 2015. 6. 15. 16:49

 

 

향단(香壇) : 밝고 총명한 사람이 사는 집

양동마을을 들어서면 눈앞에 큰 규모의 가옥 두 채가 보인다. 왼쪽이 보물 제442호 관가정(觀稼亭)이고

오른쪽이 보물 제 412호 향단이다. 건축 연대는 정확하게 알수 없으나 16세기에 화려하게 지어진 사대부

가옥이다.

향단은 영남지역의 일반적인 양반 가옥과는 다른 형태의 집이다.  향단이란 당호는 회재 이언적 선생의 동생

농재 이언괄의 맏손자 향단 이의공의 호를 당호로 삼았다.

원래는 이 의주공이 향나무아래 단을 쌓아 아동들을 가르쳤다고 향단이라 부르게 되었다.

아쉽게도 500년의 세월동안 집을 지켜오던 향나무는 태풍 매미의 강풍에 훼손되어 없어졌고 지금 그 자리에

후손들이 같은 종류의 향 나무를 심어 두었다.

양동마을의 鎭山(진산: 마을이나 지역을 진호하는 산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마을 뒷산을 말한다)  설창산에서

힘차게 내려온 기온이 크게 뭉쳐있는 물봉동산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간 한줄기는 관가정이라는 결실을 맺고

좌측의 한줄기는 향단이라는 양택 명당을 만들었다. 안채 건물은 군자남면의 논리에 충실하게 남향을 하고

있으며 건물의 배치는 실용성보다는 풍수 논리와 성리학적 사상의 영향으로 화려하게 지어진 집이다.

본래는 아흔 아홉칸의 대 저택이었으나 한국 전쟁때 일부는 불타고 현재의 건물은 60여 칸이 되지 않는다

풍수적으로는 뜨거운 여름날에 개가 퍼질러 누워서 젖을 주는 구유낭형(拘乳囊形)이라는 양동마을의 풍수

형국론에서 향단은 개의 턱 밑이 되어서 퍼질러 누운 개가 일어나지 않도록 뜨거운 열기를 계속 공급해야

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오행의 기운중 火의 기운을 상징하는 남향으로 매김질하고 건물의 모양은 태양을 뜻

하는 日자형으로 하였으며 건물의 형상을 파자(破字)하면 사字(巳: 오행상 火를 뜻함)가 되기에 여름날

끊임없이 더운 공기를 개의 턱밑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안채에서 바라보는 집의 앞은 형산강과 안락천이 합수가 되면서 흘러 나가고 있기에 행랑채를 크게 지어서

불견(不見)처리 하였고 사랑채는 동향을 하여 성주산의 문필봉을 끌여 들여서 사랑마당에 몽땅 담았으며

(見처리: 좋은 모습은 집에서 항상 보이도록 건물을 배치하는 풍수 논리) , 그것도 부족한 듯 솟을 대문을

안으로 열면 성주산이 대문을 통해서 집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 오고 있다.

 

대문은 외부의 기운이 집 안으로 들어 오는 통로다.

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대문을 통하여 집안으로 들어오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기운이 미친다는 것이

풍수논리다.  그래서 고택을 답사해 보면 대문에서 바라보는 산의 모습들이 한결같이 빼어남을 할 수 있다.

기(氣)란 모양을 보고 기운을 판단한다.(이것을 풍수에서는 인형찰기(因形察氣)라 한다.

빼어난 모습의 산을 귀(貴)를 상징하기에 그 기운으로 인하여 훌륭한 자손들이 이어지기를 염원 하였을

것이다. 또한 산은 사람을 인자하게 하고 물은 사람을 지혜롭게 한다(仁者樂山 智者樂水)는 옛 선인들의

가르침에 따라 집 주변에 빼어난 산의 모습은 집안에서 항상 바라볼수 있도록 매김질 하였던 것이다.

건축은 시대를 담고 집은 자연은 담는다고 하였다.

주춧돌을 자연석위에 세우고 누마루의 기둥은 둥근 자연목을 그대로 잘라서 쓰고 기동이 곧으면 대들보는

굽은 나무를 쓴다. 곧은 기둥이 고요함을 나타내는 정적인 기운이라면 굽은 대들보는 움직임으로 동적인

기운을 상징하기에 자연스럽게 음양의 기운이 조화롭게 하고 있으며 한 가지 모습만 바라보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것이 집이 담은 자연이고 자연과 조화를 꿈꾸는 선조들의 사람의 지혜가 담겨있다. 또한 자연과 지을 경계

짓는 담장 안에는 반듯한 마당을 두고 빼어난 앞산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자연을 마주하며 겸손해지고 고요하고 빼어난 산을 바라보면서 너그럽고

인자한 모습을 닮는다.

이것을 우리는 풍수지리학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풍수 논리에 따라 터 잡이의 논리가 완성되면

그 다음은 시대의 사상을 담고(대부분의 고택이 유교 이념을 건국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에 지어진 건축이

기에 성리학적 사상을 담고 있다) 끝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도가적 사상이나 신선사상 또는 불교사상을

담기도 한다.

 

향단은 유교적 시각에서 본다면 해를 뜻하는 日자는 달을 뜻하는 月자와 통하기도 한다.

日은 해처럼 밝고 총명한 사람을 뜻하고 月은 달처럼 그윽하고 정감 있는 사람을 뜻하기에  이 집에는 해처럼

밝고 총명하고 달처럼 그윽하고 정감 있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기를 바랐을 것이다.

 

해와 달이란 시대적으로 忠과 孝를 상징하기에 그 시대의 최고의 가치를 담은 집이기도 한 것이다.

고택이나 서원 사찰등 건축을 답사 할때 한가지 시각으로만 보면 알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향단은 풍수적으로 명당의 조건을 갖춘 양동마을의 터 잡이 논리에 따라 정교하게 잡은 자리에 그 시대

최상의 가치인 충과 효를 바탕으로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그런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