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미륵곡 석조마애여래좌상 [慶州南山彌勒谷石造如來坐像] 보물 제136호
경주 남산에 있는 신라시대석불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한 머리에는 상투 모양의 육계가 높게 솟아 있으며 둥근 얼굴에서는 은은하게 내면적인 웃음이 번지고 있다.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은 힘없이 축 늘어진 느낌이며, 군데군데 평행한 옷주름을 새겨 넣었다. 수인은 항마촉지인 인데 다소 연약해 보인다. 광배는 매우장식적인데 화불과 보상화 넝쿨무늬가 화려하게 조성되어 있다.
광배뒷면에 선각의 약사여래가 있는데 이러한 형식은 밀양 무봉사, 남원 만복사지석불등 일부에서만 볼수 있는 드문 예이다. 보리사지석불좌상(菩提寺址石佛坐像)이라고도 불리며, 대좌와 광배(光背)를 모두 갖춘 완전한 불상으로서 원래는 법당에 봉안되어 있었을 것이나 현재는 노천에 드러나 있다. 비록 광배 윗부분에 금이 가고 대좌도 깨어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보존 상태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큼직한 육계(肉髻)가 표현된 나발(螺髮)의 머리에, 얼굴은 장방형으로 양감이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가늘게 뜬 긴 눈, 오똑한 코, 조용한 미소를 머금은 듯한 입 등이 조화를 이루며 묘사되어 있다. 얼굴은 신체와 다른 돌로 이루어졌으며, 목에는 삼도(三道)가 뚜렷하게 보인다. 좁아진 듯한 어깨에 가슴은 건장한 편이지만 평평하게 처리되어 석굴암본존불에서 느껴지는 탄력과 긴장감은 많이 줄어들어 있다. 이러한 점은 다소 작게 표현된 항마촉지인의 손이라든가 폭이 좁아지고 높이가 낮아져 빈약해 보이는 하체에서도 공통되는 것이다.
한편 승가리(僧伽梨: 大衣)가 표현된 통견(通肩)의 법의는 감산사석조아미타불입상(국보 제8호)의 긴장된 옷주름을 따르고 있지만 그보다 자유분방하게 처리되었으며, 굴불사지석불상(보물 제121호) 남면 본존불 하체에 표현된 옷주름보다는 발달된 면을 보여 준다. 광배는 화려한 주형 거신광으로 윗부분이 절단되었으나 지금은 붙여 놓았다. 내부는 굵은 철선(凸線)으로 두광과 신광을 구분하고 이 선을 따라 12잎의 꽃무늬를 새겼다. 두광과 신광의 안쪽에는 보상화문·당초문을 화려하게 새겼고, 두광에는 3구의 화불, 신광에는 4구의 화불을 배치하였으며, 바깥쪽으로는 불꽃무늬가 유려하게 새겨져 있다. 이처럼 불꽃무늬·화불·꽃무늬 등이 빽빽이 새겨진 장식적인 광배는 이후 석조불상 광배의 전형적인 형태를 이루게 된다. 상·중·하대로 이루어진 팔각의 연화대좌는 상대와 하대에는 연화문이, 중대에는 각 모서리에 기둥 형태가 새겨져 있는 비교적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양감이 줄어들어 평면성을 띤 이 석불좌상은 감산사불상이나 석굴암본존불좌상과 같은 8세기 불상의 이상적 사실주의 양식으로부터 훨씬 진전되어 9세기 양식으로 이행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높다란 육계, 눈·코·입이 정제된 세련된 얼굴, 당당한 신체, 굴불사 남면 본존불보다 진전된 옷주름 등에서 다소 위축되고 경직되는 9세기 불상과는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 불상은 8세기 불상의 세련된 불격(佛格)을 사실주의 조각으로 성공시킨 당대의 역작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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