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피해 갈수도 없는 상황이 있다. 혼자만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두고두고 세간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면 더더욱 선택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다. 개혁의 선두에 서있거나 확고한 신념과 용기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 사회 통념에 거슬려 행동하는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부모의 장례 절차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대한 민국이 어떤 나라인데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해도 부모에 대한 효는 변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우리 정서일진데 함부로 했다가는 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정말 신선한 충격이 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6년 음력 8월15일 자정을 넘기고 16일이 시작되고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은 시간, 한 세기에 2년을 더한 시간 동안 머물던 이 세상을 등진 분이 계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지냈으며 슬하의 자손들께 이번 명절에는 모두 오라는 연락도 하시고 자식에 손자며느리까지 모두 만나 보시고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잠든 듯이 가셨다. 모두가 슬픔에 잠겨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시 간정도 지났을 무렵 맏상주가 형제들을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장례 절차는 모두 장례 전문가에게 일임을 할 것인데 부산에 있는 박모 교수가 와 있으니 그 분의 의견을 물어서 그대로 하자고 했다. 무슨 일인지 다소 의아하게 생각되었지만 맏상주의 말이니 모두들 동의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박교수가 가족들 앞에서 짧지만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약간의 설명과 함께 조금은 특이한 제안을 하였다.
“삼 일에서 오일장을 치르는 것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있었다 하고, 멀리 있는 일가친척이 문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의미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죽음과 동시에 냉장이나 냉동고 같은 시신보관실에 들어가는데 다시 살아난다 해도 얼어 죽을 것이고, 또한 이미 가까이 있는 일가들은 모두 생전에 뵈었으니 별도의 문상시간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 예보다는 일을 먼저 합시다.” 하고는 몇 가지 당부를 하였다. 지금부터 병원이 아닌 집에서 장례를 치를 것인데
첫째 고인의 딸과 며느리 등 여성상주들은 목욕재계를 하고 고인의 몸을 청결하게 하는 일과 얼굴을 예쁘게 화장하는 일, 수의로 갈아 입히는 일등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지 말고 직접 해 주세요.
둘째 지금부터 산소 쓰는 작업을 할 테니 작업자들 연락해서 바로 오라고 해주세요.
셋째 산소 쓰는 작업이 다 종료 될 때까지는 아무한테도 부고를 전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넷째 고인이 된 분은 가능한 빨리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으니 관을 사용하지 마세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고인이 장수한 면도 있고 일가들이 사전에 묘 터를 잡고 회분과 잔디 등을 묘 터 주위에 준비를 해두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오후 4시경에는 산소작업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하루 만에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된 것이다. 고인의 몸을 직접 염한 가족들도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직접 모셨기에 좀더 오래 고인의 채취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괜찮았다고 하고,듣도 보도 못한 1일장을 마친 상주들은 허둥지둥 하는 마음에 어떻게 지났는지 몰라 아쉬움은 남지만 큰일이 마무리 되어 마음이 편하다고 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일가들은 그제서야 부고를 알리고 문상을 받기 시작했다. 조그만 사찰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법당에 위패를 모셔놓고 문상을 받은 것이다.
박교수에게 장례 절차를 의뢰한 맏상주는 박교수의 스승으로 평소 우리나라의 장례가 조금은 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고 사전에 수제자인 박교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직접 실천하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30여년을 남의 장례를 봐주며 느낀 점이 “일(事)이 예(禮) 보다 우선이다. 장례(葬禮) 보다 장사(葬事)를 먼저 행하는 것이 고인과 유족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이다.” 라고 한다.
스승의 뜻에 따라 장례를 진행한 박교수도 평생 잊지 못할 경험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맏상주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분으로 김대중전대통령묘지와 김영삼전대통령묘지 조성 책임자로 방송에서 자주 보였던 풍수지리가 황영웅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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